본문 바로가기
리뷰/뮤직

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 가사 / 주관적 이야기

by 샤이닝칩스 2023. 4. 16.
반응형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해철 님의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를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 곡 정보

작사 : 신해철

작곡 : 신해철

 

- 가사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것조차
거의 남은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 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말고 가라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 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익숙해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 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은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 주관적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만 한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닙니다.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기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힘들고 슬픈, 어려운 일도 있는게 삶이기도 합니다.
삶이 어렵고 힘들 때,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찾게되는 노래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제 마음을 울리고 가장 힘이 되는 노래는 민물장어의 꿈이었습니다.

 

제목만보면 참 알 수 없는 노래인데요. 사건의 지평선 때 그랬던 것처럼 우선 민물장어가 어떤 생물인지 알아야겠죠!

 

뱀장어는 뱀장어과의 민물고기로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자라는 물고기이다. 따라서 회귀성 어류이며 연어가 강에서 부화하고 바다로 나갔다가 알을 낳기위해 강으로 돌아오는 것과는 정반대의 회귀성을 갖고있다. 민물장어, 민물 곰장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간 살다가 8-10월에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내려가 난류를 따라 16-17°C의 높은 수온과 높은 염분도를 가진 심해에 들어가 알을 낳는다. 산란을 하면 죽는 동물이며 산란만 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오래 생존 한다.

- 출처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B1%80%EC%9E%A5%EC%96%B4)

 

이러한 민물장어의 습성을 알고 노래 가사를 듣는다면,

신해철님이 민물장어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조금 더 쉽게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찬찬히 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것조차
거의 남은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신해철님은 민물장어를 사람에 비유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위의 가사에서 보이듯, 민물장어가 거울을 보진 않을테니까요.

그러나 좁고 좁은 문으로 나를 깎아내면서 까지 들어가려하는 모습은,

민물장어가 바다에 가기 위해서 험난한 계곡, 강물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참 좁은 문과 인연이 깊습니다.

학생시절부터 우리는 엄청난 수의 시험과 성적, 능력의 경쟁 속에서 자라나니까요.

특히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으로 가는 길은 정말 좁디 좁은 문을 파고들어가는 것과 같죠.

그 문을 들어가는 방법은 오히려 나를 커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깎아내고 깎아내서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드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부분은 좋은 대학에서 원하는, 혹은 좋은 직장에서 원하는 모습의 나를 만들기 위해서

정작 를 깎고 잘라내야 하는 모순을 표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물리적으로도 좁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말로 작아지는 수밖에 도리가 없겠죠.

자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잘라내고 포기해가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깎고 잘라내 작아지고난 후 더 이상 버릴 것도 없는 자신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니

결국 자존심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는 자신의 자존심일까요?

 

두고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 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말고 가라하는

 

저도 취직을 하면서 부모님과 살던 집을 나와 혼자 독립하여 살게 되었는데요.

이 부분을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향, 보고싶은 얼굴들, 따뜻한 저녁 밥과 그보다 더 따스한 웃음소리.

힘들고 고통 스러울 때라면 더욱 더 그리운 단어입니다.

마치 지금이라도 뒤를 돌아보면 부모님께서 밥을 차려주시며 활짝 웃어주실 것만 같지만

람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나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개를 흔들어 끝내 떨쳐냅니다.

그리고는 화자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 쉬지 말고 나아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무래도 세상이 나를 향해서 하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성공해야해, 더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와 좋은 결혼,

자녀를 낳아서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성공하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고..

세상은 언제나 나를 향해 쉬지말고 계속 가야만 한다고 말하죠.

 

익숙해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고향을 떠나 안정적이지만은 않은 거친 잠자리도 반복되어 익숙해지면 마치 고향처럼 안식을 빚어냅니다.

안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고향을 박차고 나왔고,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 해 나아가려는 화자에게는 이마저도 두려움이겠죠.

 

그러한 안식의 날들 속에서 또 빚어지는 부끄러운 게으름과 자잘한 욕심들.

화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불안하기만 하고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나이가 먹어야 모든 불안을 이겨내고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을까 한탄합니다.

 

우리는 대개 게으릅니다.

게으르지만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들도 게으르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욕심을 부립니다.

게으르면서도 게으르지 않아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고 싶다는 욕심.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으르고, 게으르기 때문에 얻을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욕심이 생깁니다.

이러한 부끄러운 게으름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자잘한 욕심들은 불안을 만들고,

불안으로 인해 화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없는 것이죠.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그렇게 하루 또 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고향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마저도 뿌리치며 달려온 시간동안,

내 안의 고독은 점점 무거워져 갑니다.

그러나 그 고독보다 힘들고 슬픈 것은

의미도 없이 잊혀져버리고 마는 자신의 모습을 향한 두려움이라고 화자는 말합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은 때로 정말 고독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도 입시를 준비할 때, 취직을 준비할 때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그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부모님을 보며 그 감정을 속으로 삭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가려는 이유는,

거기서 포기하고 실패해서 사람들에게 잊혀져버리는 자신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사람들에게서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져 잊혀지고 스스로 패자가 될거라는 두려움이

그 고독을 참고 화자를 계속해서 나아가게 합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이 화자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쉬지말고 가라는 말과 같게 느껴집니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 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은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그럼에도 민물장어는 좁은 문을 지나 고향을 등지고 거친 잠자리들을 거쳐 바다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 성난 파도 아래 깊이 도달해 산란할 수 있다면, 심장이 터지도록 울고 웃으며

길고 길었던 여행을 미련없이 끝내겠다고 합니다.

 

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때로는 고독하며 두렵기도 합니다.

나를 깎고 잘라내며, 소위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내야 하고,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 또는 사소하고 개인적인 행복들을 외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실패로 인한 두려움과 끝까지 싸워 이겨내야합니다.

 

뱀장어는 산란을 하지 않으면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몸을 깎고 잘라가면서도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게 곧 자신의 긴 여행의 종착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은 나를 부르며 쉬지말고 가라고 하지만 내가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는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 내가 목표로하는 험한 길들을 헤쳐가며 나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설령 그 끝에 내 오랜 삶의 끝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말이죠.

 

결국 민물장어에게 있어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가는 행위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이 노래 속 화자와 이 노래를 듣는 나도 마찬가지겠죠.

어쩌면 삶은 처음부터 힘들게 디자인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민물장어가 바다에서 산란을 하면 죽음을 맞이하도록 만들어진 것처럼요.

다만 우리가 계속해서 삶을 영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고독하며 두려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은

'그래야하기 때문에' 라는 이유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자체가 진정한 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해철님은 힘든 개개인의 삶을 민물장어의 삶과 빗대어

내가 바라는 목표를 한번이라도 이룰 수 있도록,

그 힘든 과정들,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도 있을 결과들까지도 받아들이고

미련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그 모험을 두려워말고 계속해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출근 전에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며,

계속해서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꾸려고 합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불합리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아가

원하는 것에 도달하려는 모습을 민물장어로 표현한 신해철님의 통찰력에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해석이고, 실제로 신해철님이 인터뷰나 다른 곳에서 다른 해석을 말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예술은 여러 방향성이 있고 다양한 해석이 있기에 재밌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부끄러워하진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민물장어의 꿈의 해석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