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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지금.. - 단편 글 / 짧은 글 해는 지금 뒤집어진 내 속처럼 지평선에 걸려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겨울 밤은 차고 길다. 태풍이 오기 전 하늘이 맑듯, 하늘에 뿌려진 저 물감들도 결국 뒤섞여, 앞뒤없이 검어질 것이었다. 뻔한 미래에도 저렇게 미련을 두는 건 사람이나 하늘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저 하늘이 검어지면 내 속도 괜찮아질까. 아니면 또 한번 태풍이 몰아쳐 그 길고 찬 밤을 지새우게 될까. 아까 억지로 집어 넣은 음식들을 밖으로 꺼내는 것 만큼 너를, 쉽게 비워낼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해는 저 너머에 걸려있고, 노을은 길고 차갑다. 2024. 1. 9.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사랑한다. - 단편 글 / 짧은 글 커피는 여전히 씁쓸했다. 커피는 조금도 나에게 달콤한 적이 없었다. 마치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저 여자처럼. 그 여자는 도무지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 등골이 오싹했지만, 그녀에게 무어라 나무라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미 나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나긴 인연의 끄트머리 위에 억지로 발을 밀어넣고 있었다는 걸. 그만하자는 나의 말은 맺히기도 전에 입술 끝에서 흩뿌려졌다. 그제야 여자는 내 숙인 고개를 쳐다볼 마음이 생겼다. 되묻는 그녀에게 맺음 말을 짓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쾌하다며 찌푸린 인상 조차도 반가웠다. 그래, 저런 표정을 짓는 여자였지, 참.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 항상 그녀를 바래다준 후 뜻 모를 기대와 설..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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