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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지금 뒤집어진 내 속처럼 지평선에 걸려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겨울 밤은 차고 길다.
태풍이 오기 전 하늘이 맑듯,
하늘에 뿌려진 저 물감들도 결국 뒤섞여, 앞뒤없이 검어질 것이었다.
뻔한 미래에도 저렇게 미련을 두는 건 사람이나 하늘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저 하늘이 검어지면 내 속도 괜찮아질까.
아니면 또 한번 태풍이 몰아쳐 그 길고 찬 밤을 지새우게 될까.
아까 억지로 집어 넣은 음식들을 밖으로 꺼내는 것 만큼 너를,
쉽게 비워낼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해는 저 너머에 걸려있고,
노을은 길고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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