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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단편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사랑한다. - 단편 글 / 짧은 글

by 샤이닝칩스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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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여전히 씁쓸했다.

커피는 조금도 나에게 달콤한 적이 없었다.

마치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저 여자처럼.

그 여자는 도무지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 등골이 오싹했지만,

그녀에게 무어라 나무라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미 나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나긴 인연의 끄트머리 위에 억지로 발을 밀어넣고 있었다는 걸.

 

그만하자는 나의 말은 맺히기도 전에 입술 끝에서 흩뿌려졌다.

그제야 여자는 내 숙인 고개를 쳐다볼 마음이 생겼다.

되묻는 그녀에게 맺음 말을 짓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쾌하다며 찌푸린 인상 조차도 반가웠다.

그래, 저런 표정을 짓는 여자였지, 참.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

항상 그녀를 바래다준 후 뜻 모를 기대와 설렘에 가득찬 그녀의 눈동자가

휙 사라지며 검은 은하수가 떨어지고 나면, 은은하게 샴푸 향이 전해져왔다.

그래서 나는 그 뒷모습을 사랑했다.

그녀도, 이제 내 뒷모습을 기억해줄까?

그런 미련섞인 자조를 하고 나는 돌아섰다.

무어라 그녀가 내게 드센 말을 던졌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이미 나에겐 그녀의 사랑스런 뒷모습만이 아른거릴 뿐이었다.

 

본 적 없던 내 뒷모습은,

마지막을 좇던 그녀에게,

그녀에게 퍽 사랑스러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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